한빛 1호기 사고는 '인재'···"무자격 운전·계산 실수" 24일 원안위 특별조사 중간결과 발표 원자로 열출력 기준치 넘어 18%까지 급증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한 종합결과 발표할 것"

2019년 06월 24일(월) 17:22

영광군 홍농읍 한빛원전 모습. 왼쪽부터 2호기, 1호기.

지난달 발생한 한빛 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고 조사 결과 무자격자가 원자로조정감독면허자의 감독 없이 원자로를 운전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경험이 부족한 직원의 계산 실수까지 더해지면서 원자로 열출력이 급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 열출력이 제한치(5%)를 넘어 18%까지 급증했지만 원자로를 즉시 정지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4일 오전 전남 영광방사능방재센터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한빛 1호기 사건 특별조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와 KINS는 지난 5월 10일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한빛 1호기에서 기동 중에 보조급수펌프가 작동한 사건을 보고받았다. 당시 원안위는 한수원에서 수동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을 확인했고 직접 수동정지를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사건조사 과정에서 무자격자가 원자로를 운전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지난 5월20일부터 특별사법경찰을 포함하는 특별조사로 확대됐다. 

◇실수 겹치면서 원자로 열출력 급증 

이번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9일 한빛 1호기는 임계에 도달하면서 제어봉제어능시험을 실시했다. 당시 한수원은 지난 14년간 수행해왔던 방법인 동적제어봉제어능측정법을 실패하면서 다른 방법인 제어봉교환법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제어봉교환법 시험 과정에서 2개 그룹으로 구성된 기준제어군(B)에서 그룹간 2단 위치편차가 발생했다. 이는 제어봉 조작자의 조작 미숙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어군 B를 1단 인출하기 위해서는 제어군 B를 2회 연속 조작해야 한다. 당시 작업자는 1회만 조작했다. 결국 정비부서 직원이 합류해 이를 조정했다. 
이후 시험을 재수행하기 위해 제어봉을 인출하는 과정(0→66단)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1개 제어봉(M6)이 12단 위치편차를 가지고 인출됐고, 근무자들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어봉을 100단까지 한 번에 인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열출력은 18%까지 급상승했다. 증기발생기 수위가 높아지면서 주급수펌프 정지신호가 발생했고 결국, 보조급수펌프도 자동기동했다.
원안위는 원자로 차장이 반응도 계산을 실수해 과도하게 제어봉을 인출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원자로 차장은 반응도를 ?697pcm으로 계산했다. 이후 사건 조사에서 계산한 값은 +390.3pcm으로 차이를 보였다.  
반응도는 원자로 임계에서 벗어난 정도를 뜻한다. 음의 값은 미임계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중성자 수가 감소해 출력도 줄게 된다. 
원안위는 제어봉(M6) 고착에 대해 걸쇠 오작동(래치잼) 크러드(불순물) 침적에 따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어봉 구동장치 건전성 확인을 위해 향후 원자로헤드를 열고 육안점검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불안한 원전사고 관리 체계 

주제어실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운전원들은 즉시 제어봉을 삽입해 안정 상태를 유지했다. 다만 열출력이 제한치(5%)를 넘은 18%까지 급증했기 때문에 즉시 원자로를 수동정지해야 했지만 이는 이행하지 않았다. 
그간 한수원 측은 운영기술지침서상 열출력이 노외핵계측기 열출력이 아니라 2차측 열출력이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조사결과 2차측 열출력 값도 5%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이 자체절차서를 위반한 정황도 드러났다. 원전 기동공정이 24시간 연속으로 수행되면서 노심파트 직원은 25시간 연속 근무를 해야 했다. 
이번 사건은 제어봉제어능 측정법을 14년 만에 바꿔서 수행해야 했다. 반응도를 계산한 원자로 차장의 경우 해당 경험이 처음이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교육훈련도 받지 않았다.
손명선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은 "제어봉 구동설비 건전성, 안전문화점검 등에 대한 추가 조사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포함한 종합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영광=서희권 기자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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