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이상하다. 당한 쪽은 굳이 일반적 폭력이라 하는 데 그렇지 않은 쪽은 기어코 테러라 한다. 이번 주한미국 리퍼트 대사 폭력사건에 대한 양국의 관점이 그렇다. 그런데 일반적인 시각은 미국 쪽의 견해에 동의하는 듯하다. TV화면에 비쳐진 범인의 모습만 보고서도 직감들을 한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정신이상자의 짓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범인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그런 사람과 누가 조직적으로 그것도 온 지구를 호령한다는 미국을 대표해 한국에 온 대사에게 그런 몰상식한 짓거리를 하겠는가. 그런데도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여당은 테러라면서 배후세력을 밝히겠다고 난리다. 물론 배후가 있다면 밝혀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미리 예단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대사를 상대로 테러를 저질렀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안전국가가 아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치안을 의심할 것이고 이것은 곧 여행은 물론 국가 간의 무역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잘못되면 테러가 판친다는 오명을 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혹시라도 불손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 이런 일을 모색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멈춰라. 엄청난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아병적인 생각은 아류는 물론 결국 모두를 죽이는 일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사건만 놓고 본다면 피해당사자인 미국자신도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한·미 외교당국이 나서서까지 극단주의자에 의한 단발사건(isolated incident)으로 규정했는데도 정작 더 조심해야 할 대한민국의 집권세력을 비롯한 일부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물고기가 물 만난 듯 뛰는 모습이 오히려 측은해 보일 정도다. 제발 상황판단을 잘하라. 무엇이 국익에 도움 되는지를.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는 사실도 말이다. 민도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보편화된 인터넷이 국민모두를 평준화시켜버렸다. 국민 대다수의 고학력이 이해도를 평균수준이상으로 높여버렸다. 때문에 척하면 삼천리다. 사실 조직적 테러사건이 되려면 기획·실행한 조직의 존재와 공범 등이 확인되어야 한다. 하지만 범인의 그동안 행적이나 극단적 행동에 대한 진보세력 내부의 거부감 등을 볼 때 그런 흔적은 별로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화면에 비춰진 그의 언행만 봐도 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왜 이번사건을 확대하려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가. 혹시 4월 재보선 때문인가. 그동안에 있었던 일부 국정실패에 대한 불신과 실망의 눈초리를 다른 데로 돌리려는 것인가. 눈에 가시 같은 시민단체가 있다면 그들의 손발을 묶어버리기 위해서인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일부 종편이나 여권에서는 범인이 참여정부 시절에 북한을 방문한 것을 고리삼아 야당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언에 의하면 그가 일곱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지만 별 것이 아니었다. 개인자격으로 금강산 관광을 한 것이 한번, 단체의 일원으로 개성을 방문한 것이 여섯 번이었다. 그것이 전부다. 통일부마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단다. 그런데도 야당책임론을 펼치고 있다. 참으로 옹색하다. 이 나라 집권세력의 정치수준이 이런가. 제발 이러지 말자. 피해국인 미국마저 테러가 아니라는데 굳이 테러라면서 확대하려는 어리석은 짓만은 말이다. 그럴 시간 있으면 나날이 늘어가는 실업자 문제나 해결해라. 알겠는가.
2024.05.08(수) 16: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