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에 죽임 당한 5.18영령들 한(恨)을 풀어라

2015년 05월 20일(수) 17:29

그래도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을 불렀다. 총리대행 자격으로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빛고을 광주에서 뜨겁게 타오른 5.18민주화운동은 우리의 민주화에 이정표를 세우고 국가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됐다“ 며 민주·정의·인권의 5.18정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돌이켜 보면 이제 많은 시간이 흘렀다. 강산이 세 번 바뀌고도 5년이 남는다. 폭도로 낙인찍힌 시민군은 누명을 벗었다. 그들이 묻힌 망월동 공동묘지는 국립 5.18민주묘지가 됐다. 광주 사태는 5.18민주화운동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지금까지도 5월이면 우리들의 마음을 처절하게 움켜쥔다. 그 시절의 5월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 은 5.18기념식을 주관한 2003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제창됐다. 그러나 2009~2010년 기념식 공식식순에서 빠졌고, 2011~2012년에는 합창단만 부르는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퇴출 절차를 밟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 은 5월 유족들과 시민들이 80년 5월을 추모할 때마다 함께 불러온 노래다. 이 노래는 광주를 지키다 산화한 임들을 위한 행진곡이다. 또 이 노래는 80년 5월 세상의 고립 속에서 뜨거운 연대로 폭력에 맞선 시민들이 ‘대동 세상’을 기리는 노래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도 5.18기념식이 정부의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거부·제창거부로 파행을 빚게 됐다.  
5.18행사위원회가 이에 대한 반발로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리는 국가보훈처 주관의 기념식에 불참하는 대신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치르기로 한 것이다.
광주시민들로서는 참담한 심경뿐이다. 하지만 이 땅에 민주화의 초석을 이뤄낸 그 숭고한 정신과 이념은 결코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광주 트라우마 센터를 방문한 아르헨티나 FATIP의 에델만 박사는 광주항쟁 유족과 생존자들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불러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국가가 허용하지 않는 것은 트라우마 치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노래는 이들의 삶을 대변하는 의미가 있다. 기념하는 노래를 막는 것은 치유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라며 “노래를 불러야 치유가 된다”고 강조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5월 광주에서의 의로운 희생을 바탕으로 열매를 맺은 것이다. 돌이켜 보면 5.18민주화운동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기념비적 사건이다.  
1980년 5월 신군부의 헌정질서 파괴와 민주화 역행에 분연히 맞섰던 광주시민들의 희생과 용기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역사이고 자산이다. 당시 고교생들이 어느덧 중년이 됐을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희생자 가족과 광주시민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그 끔찍한 기억이 생생하고 5월이 되면 상처가 욱신거릴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여당은 물론 보수진영도 5.18을 왜곡·폄훼하는 극단적 언행을 방관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단호한 대처를 통해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갈등을 막고 국민대통합의 길로 나가야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 5.18희생자 유족 등 평생의 한을 안고 살아가는 관련자들의 상처를 해 집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5월의 푸름이 영원하듯 광주정신은 결코 퇴색되지 않고 역사 속에서 더욱 푸르게 빛날 것이다. 이번 3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TV로 지켜보는 국민 가운데는 대체 언제까지 이런 갈등을 되풀이 할 것인지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언제라도 박 대통령이 시민과 함께 5월의 노래를 부를 때 진정 어린 ‘국민행복’ 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광주정신은 결코 퇴색되지 않고 역사 속에서 더욱 푸르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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