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반응이 상례화 된지 오래다. 조금이라도 힘 있는 곳이면 부정부패가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날마다 인구에 회자되는 것들의 대부분은 부정부패와 관련된 것들이다. 가히 부정부패 공화국이라 할만하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부정부패가 심한 사람은 그만큼 권력자라는 등식이 성립될 정도다. 그래서 미움을 받으면서도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감옥에 갔다 오더라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겠지 하는 등의 자조 섞인 푸념까지도 생겼다. 한 몫 단단히 챙겼을 테니까. 그도 그럴 것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봐라. 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면서도 수많은 수족들과 골프를 치는 등 유희를 잘도 즐겼다. 당당하게 말이다. 특히 광주의 피로 정권을 잡았다고 추정되는 사람이 말이다. 1980년 5월의 광주. 생각조차도 싫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족을 지키라는 그것도 고도로 훈련받은 군인들의 총칼에 쓰러져야 했다. 살아남은 자들도 죄의식에, 부상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지금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렇게 그날의 참상은 이어지고 있는데 그날의 원흉이라 추정되는 사람과 추종자들은 대로를 활보하고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여타의 정치인들과 재벌들 또한 마찬가지다. 수많은 세금착복과 더러운 범죄를 저질러도 겨우 가벼운 벌만 받는 작금의 한국 상황. 과연 정의가 있는 나라인가. 이런 실정이니 강한 자와 약한 자에 대한 법의 잣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늘어나는 것 아닌가. 때문에 힘 있는 정치인, 재벌 등을 생각하면 저절로 생각나는 것이 부정부패가 될 수밖에 없다. 마치 파블로프의 조건반응처럼.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개에게 먹이를 주면서 종소리 들려주는 연습을 되풀이했다. 이렇게 반복한 결과 개는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렸다. 사실 종소리와 먹이와의 상관관계는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먹이를 주기 전 조건자극인 종소리를 들려주니까 무조건 자극제인 음식과 결합되어 조건반응, 즉 타액을 분비한 것이다. 나중에는 먹이를 주지 않고 종소리만 들려줘도 침을 흘리는 현상이 생겨버렸다. 작금의 한국 상황이 그렇다. 권력 핵심부와 재벌을 비롯한 힘 있는 자들을 생각만 해도 부정부패가 저절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는 청정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도매금으로 모두가 부정부패로 연결돼버리는 것은 왜일까. 마치 파블로프가 실험한 개처럼 말이다. 그것은 바로 소위 이 나라 지도층이라 불리는 작자들이 그런 짓거리들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대한민국이 이렇게 돼버렸을까. 그런데 이런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왕조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색깔만 다를 뿐 내용은 같았다. 항상 역사는 가진 자의 편이었다. 더 멀리 가지 않고 조선시대만 봐도 그렇다. 양반층을 비롯한 기득권층은 소작농들을 지배했다. 일제시대도 마찬가지였다. 해방이 되면 달라질까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친일파들을 비롯한 악덕부류들이 여전히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고서 갖가지 방법으로 수탈했다. 이런 현상들이 현대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학습돼버렸기 때문에 무조건 반응처럼 조건반응 현상이 일반화돼버린 것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잖은가. 오월이 가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국회에 제출되었다. 교활한 혀놀림이 될지 진실한 설파가 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그 어떤 것이든 국민들은 좀처럼 신뢰를 보내지 못할 것이다. 명심하길 바란다.
2024.05.08(수) 16: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