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하 우리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미래학자들도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한다. 때문에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증가일로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적 안식처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 종교일 것이다. 실제적으로도 현대인들의 상당수는 종교를 갖고 있다. 그런데 종교계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실망스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느 종교든 그 기본 흐름은 사랑이다. 물론 표현은 자비, 사랑 등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흐름은 사랑이다. 그런데 종교가 다르다 해서, 같은 교파나 교회 내에서도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해서 패싸움은 물론 그보다 더 심한 행위들도 서슴없이 해대는 모습들을 볼 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찌들고 상처받은 가슴을 부여안고 마지막으로 찾아 가는 종교기관에서마저 이런 추한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누가 뭐라 해도 종교는 문제를 안고 있는 사회적 비주류들에게는 생명수다. 인생의 마지막 보루다. 때문에 종교는 종교다워야 한다. 종교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 사랑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말이다. 그런데 종교기관에서도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소위 우리사회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은 대접을 받고 힘없는 민초들은 그렇지 못하는 경향이 있단 말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종교행위가 끝난 뒤 집전자가 밖에서 신도들을 향해 인사할 때도 차등이 주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민초들은 종교기관에서마저 버림받는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종교든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사랑일 것인데 말이다.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아니 오히려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사랑을 베푸는 것이 본래의 목적일 것인데 말이다. 종교행위 집행자들은 더더욱 낮은 데로 임해야 한다. 예수, 부처, 마호메트 등의 성인들은 결코 군림하지 않았다. 어렵고 힘든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버리지 않았다, 결코 무시하지 않았다. 항상 낮은 데로 임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들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노력하는 것 아닌가. 몇 년 전에 작고한 마더 테레사 수녀를 봐라. 그녀가 뭇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이유는 자신이 무소유를 직접 실현해 가면서 헐벗고 굶주린 자들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한센스병 환자 등 세상 사람들이 혐오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한한 사랑을 줬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돈 있는 사람이 다가와도, 가난하고 세상 사람들이 혐오하는 병을 앓고 있는 민초가 있으면 그 들을 먼저 챙기고 사랑을 줬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일부 사역자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스스로 반추해 볼 일이다. 신도들이, 세상 사람들이 언제나 사역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말이다. 진정으로 사랑을 베푸는 종교인이라면,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물론 다른 생각이나 모습을 보인 사람들도 존중해줘야 한다. 모든 것들을 수용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종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해져도, 물신주의가 팽배해도 종교만은 거기에서 초탈해야 한다. 그럴 때 종교는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렇게 빛날 때 그 빛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다. 그럼으로써 종교는 번창할 것이다. 그리고 블랙홀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도 늘어갈 것이다.
2024.05.08(수) 16: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