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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의 가난과 노인의 행복 |
| 2019년 07월 10일(수) 17:17 |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가슴 아픈 놀라운 지표가 하나 있다. 노인빈곤율 지표다.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9.6%다. 노인 두 명 중에 한명 꼴로 가난하다는 뜻이다. OECD 국가들 평균이 12.4%니까 거의 네 배에 이른다. 노인빈곤문제가 심각해서 ‘노후파산’ 같은 책이 나온 일본도 20%에 불과하다. 더구나 한국 노인들의 소득은 다른 나라와 달리 계속 내리막길이라는 점이다.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외국의 어느 지혜로운 노학자는 “어린이와 노인이 행복한 나라가 문화국가 입니다”라고 했다.
노학자의 지혜가 빛나는 가르침이다. 5000년 역사에 빛나는 우리라고 하지만 정작 역사는 우리 곁에 없고 온통 새로운 것들뿐이다. 모두 오래된 것보다는 새 것을 좋아한다. 세월은 흘러서 자식은 생각이 바뀌어 옛날 같지 않은데, 아직 국가적 복지는 그 빈틈을 메꾸지 못한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금도 어디에선가 스스로 생계를 위해 허드렛일을 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혹은 돌보는이 없이 병고에 시달리고 계실지도 모른다. 우리도 늙어 저러려니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노인이 행복하다면, 그리고 어쩌면 늙고 병들어 주위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노인 일지라도 그들이 행복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감히 문화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노령인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지금, 세계 10위인 경제대국이 된 우리로서 나아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미국으로 이민 간 지인의 말이다. 뉴저지의 노인 아파트에 홀로 살던 그분은 “아들이나 딸보다 미국 정부가 효자”라고 말했다. 자기 같은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나라가 용돈(연금)주고 싼 임차료의 아파트까지 제공했다는 얘기였다.
이제 외로움이 일상이 돼버린 노인들에겐 또 하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바로 먹고 사는 문제다. 우리나라 노인의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세계 1위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나라다. 해방 직후 40세에 불과했던 평균수명이 지금은 배로 늘었으며, 영양상태의 개선과 획기적인 의료기술 발달에 힘입어 조만간 이 나라는 90세, 100세를 넘길 것이다.
100세 시대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올 수 있다. 100세 시대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맞이하는 새로운 장수 패러다임이다. 우선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오늘의 노인은 부양받는 입장에서 사회를 책이지는 당당한 존재로 바뀌어가고 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응집된 힘을 필요로 할 때 노인들은 하나가 돼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이다.
‘젊은이가 망친 국가를 노인이 구한다’는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노인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구심점이자 보물임에 틀림없다. 시골만 보더라도 농사짓는 이는 모두 노인들이다.
이들은 지팡이 대신 삽과 곡괭이로 땅을 일궈 수확한 농산물을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며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분들이다. 돌이켜 보면 1884년 최초의 의료 선교사로 이 땅을 밟은 호러스 알렌은 ‘경로효친의 천국’이라고 표현했다.
지금부터라도 방치된 계층, 특히 소외된 독거노인에 대한 다양한 심리적 안전망을 갖추는 대도 한층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 지원조차 못 받는 서러운 노인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토인비가 부러워한 우리의 정신문화를 되살리자면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노인이 가난한 나라에서 노인이 행복한 나라로 가는 길을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한다. 그동안 부양만 받던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으로 출발하는 새로운 노인상은 참으로 아름답지 않겠는가.
노인이 행복한 나라를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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