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는 문 닫고, 학원은 문 열고

2020년 03월 08일(일) 16:24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원인불명 폐렴균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정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을 오는 23일까지 2주간 더 연기했지만 돈벌이에 급급한 상당수 학원들은 버젓이 문을 열어 감염병 대응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4천747개 학원·교습소 가운데 휴원 사실을 알린 곳은 278곳으로 고작 5.9%에 그쳤다. 대다수 지역 학원들이 3월부터 강의 일정을 짜고 반을 편성해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고 휴원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황당하다.

물론 학교와 달리 영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학원들은 강사 급여나 임대료 등을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데다가 보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수강료를 돌려줘야 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전국적인 개학 연기로 집에서 쉬고 있는 학생들을 학원에 모이게 하는 것은 감염병 대응 효과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학원 강습소, 노래방, PC방, 요양원 등 전국 곳곳의 다중이용시설에서 규모는 작지만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80여명의 환자가 나온 천안의 줌바댄스교습소 여파는 계속 번지고 있다. 교습소에 다니던 수강생의 남편과 자녀 등 일가족 5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부산의 한 어학원에서는 원장과 수강생, 학부모 등 5명이 감염됐고, 경남의 한 노래방에서는 확진자가 최근 일주일 새 6명이나 나왔다. 수원 생명샘교회의 감염 양상은 3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부산 온천교화와 판박이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장소는 학원, 노래방, 교회 등으로 다양하다. 우리 주변 곳곳에 집단감염의 불씨가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코로나19의 중대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 학원들이 휴원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다. 국민 개개인도 가능한 한 모든 모임과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

호남신문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