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총장 장모 사건, 제대로 할까

2020년 03월 29일(일) 19:20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인 최모씨가 거액의 부동산 투자과정에서 은행 잔고증명서를 위조해 사기를 벌인 혐의로 우여곡절 끝에 기소됐다. 각계의 고발이 있었고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묵묵부답이던 검찰이 뒤늦게 최씨를 사문서 위조 및 동 행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무슨 연유로 이런 행동을 취하는지 짐작은 가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질 지 의문이다.

MBC와 KBS, 인터넷 전문 매체 뉴스타파 등에 따르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씨와 동업자들은 지난 2013년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사들이는 과정에서모두 347억원을 예치해 둔 것처럼 4건의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했고, 이 중 일부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검찰은 조직의 수장인 윤 총장의 장모를 기소하는데 망설인 듯하다. 하지만 갈수록 혐의가 명백해지고 비난 여론이 커지자 어쩔 수 없이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위법 행사된 통장 잔고증명서의 발행 시점은 2013년 4월 1일로 사문서위조 공소시효(7년)가 임박한 터라 검찰로서는 결론을 미루고 싶어도 미룰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검찰이 작년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일 부인 정경심 교수를 직접 조사 없이 전격 기소할 때 밝힌 사유도 바로 공소시효였다.

최 씨 사건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문제가 불거졌으나 정치공세로 치부하며 대충 넘어가곤 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도 최씨 사건이 거론됐지만 당시 윤 후보자를 옹호하던 더불어민주당이 유야무야시켰다. 그러다 작년 9월 추모공원 시행사 경영권을 둘러싸고 최씨 측근과 분쟁 중인 노덕봉씨가 검찰개혁위원회에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내면서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범죄 혐의가 있으면 끝까지 엄정하게 파헤친다는 윤석열 총장의 수사 원칙이 가족 문제에서도 흔들림 없이 작동할 것인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검찰은 한 점 의혹도 없이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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