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범죄 처벌 기준 대폭 강화하자

2020년 07월 08일(수) 11:36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 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법원의 결정을 놓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 사건을 담당한 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사이트 회원 전수조사를 위해 특별 수사본부를 설치하라는 청원과 손 씨의 재산을 몰수하라는 청원도 있다. 미국 언론은 손 씨가 운영한 사이트에서 아동 포르노를 내려받은 미국인들은 징역 5~15년 중형을 선고받았는데 정작 손 씨는 한국에서 1년 6개월 만에 풀려났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손 씨를 미국으로 보내면 국내 수사가 지장을 받아 아동·청소년 범죄에 대한 발본색원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송환 불허의 이유로 들었다. 사이트 회원들의 신원이 아직 극소수만 확인된 만큼 손 씨의 신병을 계속 확보해 관련 수사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주권 국가로서 형사 처벌 권한을 주도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리가 없는 얘기는 아니다. ‘범죄인 인도’는 외국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국내로 도피한 경우 해당 국가의 청구에 따라 당사자를 체포해 넘겨주는 절차다. 그런데 손 씨가 범죄를 저지른 곳은 인터넷 공간이고, 그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다. 따라서 손 씨는 한국에서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한 손 씨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배포 혐의로 처벌을 받았지만 방대한 사건 규모와 비교해 수사 진척이 미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커진 근본적 배경은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다. 특히 한국의 검찰과 법원은 성범죄에 대해 유난히 관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수준과 달리 법원의 판단이나 검찰의 수사 관행은 과거형이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 조치에 나서야 한다. 사법당국도 관련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높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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