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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한가위와 구분철학(九分哲學) |
| 2020년 09월 16일(수) 18: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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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끊이지 않고 비를 쏟아 부은 하늘이 청명하다.
온 산천이 푸르르다. 햇살도 따갑다. 힘들게 여름을 버텨온 황금벌판…. 벼들도 뒤늦게나마 햇살을 더 받으려는 듯 키를 쑥쑥 높인다.
한가위에는 굶주리는 개도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먹을거리가 풍성하고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 아니던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참으로 정감이 넘치고 풍요로운 말이다.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 하니 곳간에는 곡식으로 넘쳐나고 여름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한 가을 바람이 어루만져 주는 까닭일 것이다.
늦더위는 아직도 사그라질줄을 모른다.
그런데도 추석은 벌써 코앞이다.
물가는 천정부지이고 코로나 19 사태로 힘든 시기에 ‘물가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어렵기만한 경제에 선물꾸러미가 가벼워질 고향길, 그만큼 발걸음은 무겁기만 할 것이다.
그래도 돈보다는 정(情) 때문에 오가는 한가위 귀향길은 너나 없이 살갑기만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농업국가였던 우리 나라는 팔월 한가위야말로 일년 중 가장 풍요로운 날이요, 설과 더불어 큰 축제의 날이기도 하다.
또 우리네 세시풍속의 하나로 ‘아홉차례’ 라는 말이 있었다.
이처럼 십분을 다 채우지 않고 조금만 모자라게 사는 구분철학(九分哲學)은 우리 한국인이 터득하고 살아온 처세철학이다.
밥은 배불리 먹지 말고 세력은 남김없이 부리지 말며 말은 하고싶은대로 다하지 말고 복은 남김없이 부리지 않는 것이 화를 멀리하고 복을 누리는 길이라고 가르쳤다.
인생에 있어 욕심이나 돈, 권력, 명예 등을 적정한 선에서 자제해야지 가득 채우려 하면 무(無)로 돌아간다는 구분철학의 구현인 것이다.
그렇다 치더라도 올 추석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다.
어르신들에게는 더 없이 쓸쓸한 추석이 될 것이다.
더구나 조리된 음식을 구입해 건성으로 차례상을 차리는 모습은 일반화 된지 오래다.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간소화하는 경우도 흔한일이 되어버렸다.
명절을 앞두고 가족모임이 돼야할 벌초도 대행업체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고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입소한 어르신들은 그야말로 ‘현대판 고려장’이란 말을 실감하면서 우울한 명절을 맞아야 한다.
오죽했으면 “더도말고 덜도말고 자식들 얼굴이나 봤으면…” 하는 탄식의 소리가 절로 나올까.
추석을 앞두고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얼굴이 있다.
이는 우리사회의 비극이요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때 1500만원 짜리 와인 선물세트가 백화점에 등장했다.
한병에 1200만원하는 양주도 백화점에서 팔렸다고 한다.
최근에는 1000만원이 넘는 프랑스제 가방을 사기 위해서 거액의 선금을 내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일천명이 넘었다고 한다.
참으로 부황터지는 소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는 있게 마련이지만 추석과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그 격차가 더욱 커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자제하고 겸손해야하는 쪽은 부유층과 사회 지도층이다.
어쨌든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줄고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아직도 그 꼬리가 남아있어 올해 추석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명절이 될것깉다.
올 추석에는 노동현장에서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없어야 한다.
부유층에서는 이 어려운 시기에 서민들을 안아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야한다.
그리고 불우한 이웃을 살펴보면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보름달 보며 즐거워 하고 감사하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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