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수) 16:42
| 정해인 "이제 다시 멜로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 안준호 역 |
| 2023년 08월 07일(월) 1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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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해인(35)에게 넷플릭스 드라마 'D.P.' 시리즈는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 묻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이런 대답을 내놨다. 2018년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주목 받은 후 그는 수 년 간 로맨스 스타였다. '시동'(2019) 같은 영화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긴 했어도 정해인은 역시나 드라마 '봄밤'(2019)이나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2019) 같은 로맨스물에서 더 큰 존재감을 보였다. 그랬던 그가 대중에 새로운 모습을 각인한 건 재작년 'D.P.'에서였다. "제가 연기 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의 이야기를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D.P.'에선 멜로 드라마에서 보여준 정해인 특유의 환한 웃음은 찾아볼 수 없다. 도망치듯 입대한 안준호(정해인)는 우연찮게 헌병이 되고 헌병 내에서도 탈영병을 잡는 군탈체포조 DP가 된다. 군대에서 마주한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진 한국 사회 한 단면을 목격한 안준호는 자주 무력하고, 그 무기력에 종종 슬퍼한다. 그리고 죄책감과 책임감 사이에서 뭘 해야 할지 몰라 발버둥친다. 그런 안준호의 무표정엔 분노와 슬픔, 결기와 의지가 함께 담겨 있다. 이건 분명 이전에 정해인에게선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이 작품을 좋게 봐주셨는지 'D.P.' 전에는 제게 들어오지 않던 시나리오가 들어오기 시작했어요.(웃음) 작가·감독님들이 이젠 정해인을 데리고도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나봐요.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죠."
정해인은 사랑이라는 개인 감정에 집중하던 연기에서 벗어나 장르물의 틀 안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가 됨으로써 변신에 성공했다. 'D.P.' 시즌1에서도 밝지 않았던 안준호는 시즌2에선 더 어두워진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안준호는 조석봉 일병 사건이 준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 전에 이번엔 조석봉의 친구 김루리 일병이 저지른 총기 난사 후 무장 탈영 사건 중심에 선다. 안준호는 군대라는 조직의 부조리를 목도한 데 이어 이번엔 청년들에게 의무만 짊어지게 한 채 그 의무를 다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국가의 방기(放棄)를 본다. 정해인은 "시즌1보다 시즌2 연기가 감정적으로 더 힘들었다"고 했다.
"시즌2 대본엔 '수척해진 안준호'라는 지문이 있어요. 워낙 큰 충격을 받았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니까 건강해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할 땐 밥을 거의 안 먹었어요. 체력이 정말 빨리 떨어지더라고요. 그런 상태에서 액션 장면을 찍을 때는 정말 악에 받쳐서 했어요.(웃음)"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정해인은 2개 시즌을 함께한 동료들 덕분에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2021년 시즌1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차기 시즌 제작이 그해 곧바로 확정됐고, 전작을 함께한 배우·스태프가 모두 다시 뭉쳐 작업한 결과물이 시즌2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한준희 감독과 거의 모든 스태프가 다시 시즌2에 투입됐고, 구교환·손석구·김성균 등 전작을 함께한 배우들도 모두 합류했다. 정해인은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친 기분이었다"며 "이렇게 따뜻한 현장은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게 되면 친해지는 데 써야 하는 에너지가 있잖아요. 시즌2는 그런 게 없어서 좋았어요. 그 에너지를 온전히 연기에 투입할 수 있었으니까요. 시즌1을 함께했던 분들이 이렇게 모두 다시 뭉쳐서 시즌2를 만든다는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인 것 같습니다."
정해인은 2018년 이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약 5년 간 그가 출연한 영화·드라마만 10편이 넘는다. 그는 4~5년 간 정말 좋은 순간도 있었고, 너무 힘든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과정을 어느 정도 지나와 건강하게 초연해진 상태라고 했다. "신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더라고요.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정신도 피폐해져요. 건강하게 다양한 역할과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그는 "다시 멜로 연기를 하는 게 새로운 도전"이라고 했다. "오래 안 했으니까, 도전이죠. 멜로 연기 정말 어렵잖아요, 진짜 감정이 아니면 다 티가 나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