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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려운(27)에게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Class2'가 자신에게 어떻게 남을지에 관해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신인 때는 빨리 뜨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연기가 진심으로 좋아진 뒤부터 이 일을 꾸준히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은 더 큰 욕심 없이 그냥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 '약한영웅'은 연기에 진심을 갖게 해준 작품이다. "
지난 2일 서울 종로구에서 려운을 만났다. 그는 '약한영웅 Class2'에서 '박후민'을 맡았다. 박후민은 시즌2에서 새롭게 등장한 인물. 주인공 연시은(박지훈)이 은장고등학교로 전학 가서 만난 친구다. 박후민은 은장고를 든든하게 지키는 한마디로 힘캐(힘이 있는 캐릭터)다. 그러면서도 성격이 호쾌해 친구 누구와도 두루 가깝게 지낸다. 실제론 I인 려운은 말하자면 작품 안에선 E가 됐야 했다.
"솔직히 초반에는 힘들었는데 점차 적응했다. 텐션 올리려고 시작 전부터 뛰면서 톤을 높이려고 노력했다. 원래 완전 내향인이었는데 조금 외향적으로 바뀐 것 같아서 좋았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촬영 끝나고도 박후민 톤을 버리기 힘들었다. '약한영웅' 촬영 끝나고 거의 바로 드라마 '나미브'를 찍었는데 한 번씩 박후민 톤이 튀어나와서 다시 촬영했다."
박후민의 첫 등장은 강렬하다. 빨갛게 물들인 머리에 패딩을 입고 반바지에 슬리퍼를 착용했다. 마치 '슬램덩크' 강백호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려운은 "슬램덩크 강백호를 참고한 게 맞다"며 "반바지나 쪼리를 신고 싶다고 제가 아이디어 냈다. 박후민 인생은 순탄치 않다. 그가 우울한 감정 억누르려고 호탕한 모습을 보이고, 친구를 책임지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서 박후민이 범상치 않다는 걸 첫 등장부터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후민은 주먹 한 방으로 싸움을 끝내는 캐릭터. 려운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증량했다. 극 중 려운은 어느 때보다 듬직해보인다. "지금 같은 체형에서 헬멧을 손으로 부수면 이질감이 들 것 같아서 시청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증량했다. 두 달 간 10㎏ 넘게 찌웠다. 운동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이후 촬영 중 살이 너무 쪄서 후반부엔 다시 감량하기도 했다."
박후민은 친구들에게 상처 입어 닫힌 연시은의 마음을 다시 연다. 연시은은 박후민이 나쁜 길로 빠졌을 때 친구들과 함께 그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돕는다. "지훈이는 현장에서 항상 웃음을 줬다. 센스도 좋고 서로 농담하면서 친해졌다. 그리고 지훈이는 상대에게 주는 강렬한 에너지가 있다. 눈만 봐도 명확히 전달해 준다. 그래서 그런 눈만 봐도 몰입하기 쉬웠다. 한 번은 눈물이 나야 하는 장면에 눈물이 안 났는데 그때도 괜찮다면서 기다려줘서 고마웠다."
박후민 입장에서 든든하게 힘이 되어준 연시은에 대해 드라마 제목처럼 '약한영웅'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는데, 려운은 "엄청 강한 영웅"이라며 했다. 이어 "시은이는 너무 강력한 존재다. 도도하고 시크하고 남 신경 안 쓰려고 하지만 준태도 구해주고 제가 잘못된 길 갔을 때도 도와준다. 그래서 영웅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Class2'에선 박후민과 나백진(배나라)의 관계성도 흥미롭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였지만 커서는 각자 다른 길을 간다. 나백진은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박후민을 일진 연합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박후민을 계속 자극하고 주변 사람을 건드린다. 한 마디로 두 사람은 애증 관계다.
"박후민은 죄책감이라는 단어를 깨닫기 전엔 나백진을 마냥 미워만 했다. 처음에는 '내 친구 왜 자꾸 건드려' '너 갈 길 가. 나는 내 갈 길 갈테니까'라면서 미워하기만 했다. 이후 시은이를 통해 죄책감이라는 단어를 깨닫고는 애증처럼 아픈 감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Class2'는 넷플릭스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1~27일 시청 순위에서 공개 사흘만에 조회수 610만회, 시청 시간 3490만 시간을 기록해 비영어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려운은 "작품 하면서 주변에서 연락 많이 오는 게 처음"이라며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소셜미디어 팔로우도 30만명 정도가 늘었다. 확실히 외국인 분이 많더라. 영어를 잘 못해서 댓글을 번역해서 봤다"고 했다.
려운은 이번 작품을 통해 각종 액션 장면은 물론이고 절절한 감정 연기까지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지금까지 우정에 대해 이렇게 깊게 파고든 적이 없었다. 우정으로 이렇게까지 깊은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드라마 찍으면서 알게 됐다. 작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느끼는 건 '내 주변 친구들을 정말 잘 챙겨야겠다. 진심으로 대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호남신문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