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T 진, 록 향한 '슬기로운 홀림'…그가 주는 '즐거운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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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T 진, 록 향한 '슬기로운 홀림'…그가 주는 '즐거운 울림'

록 음악에 대한 진심 보여주는 미니 2집 '에코'
"보컬 톤과 기교 양면에서 점점 숙성돼 가는 느낌"
"진의 유연한 태도가 이번 앨범에도 잘 녹아들어가"

[호남신문] "에~오~!"
지난 2019년 6월1일 영국 런던 웸블리.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 진(김석진)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를 언급하며, 영국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에오!' 퍼포먼스를 재현했다.
로커 같은 그의 아우라에 공연장에 운집한 6만명이 "에~오~!"라고 큰 목소리로 화답하는 대목은 명장면이었다.
진이 록(rock)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혹자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팬덤 '아미'(ARMY)는 고개를 끄덕였다. 록 음악에 대한 진의 진심을 진즉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에게 록은 실험이나 도전이 아닌 마음에 락(lock)을 걸어두는 음악적 잠금쇠다.
진은 세계적인 팝스타인 방탄소년단의 일원인 자신이 왜 록음악에 주력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스스로 답이 돼 주고 있다.
현 음악시장 내 상업적 성공, 영향력 등의 측면에서 록 장르가 20세기 후반 위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11년 만에 재결성한 브리티시 모던 록의 대표주자인 '오아시스'를 비롯해 20세기 후반의 록 전설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고 록과 밴드 음악은 국내외에서 부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진의 록 행보는 유행을 타는 것이 아니라, 팝스타라는 거대한 이름 속에 가려져 있던 록에 대한 마음이 솔로 앨범을 통해 발굴되고 있는 과정이다. 이 장르에 대한 그의 '슬기로운 홀림'이 아미에겐 '즐거운 울림'이 되는 격이다.
지난 16일 발매된 진의 미니 2집 '에코(Echo)'가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세계적인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첫 공식 솔로 싱글 '디 애스트로넛'을 신호탄으로 작년 발매한 미니 솔로 1집 '해피(Happy)'에 이어 이번 '에코'에서도 밴드 사운드를 택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구체화해가는 과정이 차분하면서도 명확하다.
이번 앨범엔 담백한 사운드의 팝('돈트 세이 유 러브 미(Don't Say You Love Me)')부터 대규모 현악기 연주가 인상적인 브리티시 록('나싱 위드아웃 유어 러브(Nothing Without Your Love)'), 재기 발랄한 팝 펑크('루저(Loser)'), 유쾌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컨트리 록('로프 잇(Rope It)'), 몽환적이고 서정적인 J-록 스타일(‘구름과 떠나는 여행’), 애절하고 서정적인 발라드 팝('백그라운드(Background)'), 1970-80년대 브릿 록의 영향을 받은 얼터너티브 록('오늘의 나에게')까지 한 앨범에 담아냈다.
팝 록 장르 내에서도 이처럼 다채로운 음악은 진의 감정과 목소리가 얼마나 깊게, 멀리 닿을 수 있는지 증명하듯 쓰인다. 수록곡들 모두 듣기 쉽고, 마음에 오래 남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특히 노래를 듣고 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로커 진의 최대 강점은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소리를 일부러 과하게 긁거나 거칠게 내지르지 않고, 절제된 창법으로 곡이 지닌 메시지를 충실히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자신을 몫을 과시하지 않으면서, 곡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 선정위원)는 "청량한 보컬 톤, 가성과 진성을 부드럽게 오가는 진의 음악 세계는 솔로 앨범 발표 전부터 '에피파니(Epiphany)' 등 방탄소년단의 앨범 솔로곡에서도 특출난 개성을 갖고 있었다. '에코'는 진의 보컬이 가진 다채로운 속성을 그에게 어울리는 록 음악과 더불어 대곡 편성의 밴드 사운드로 짜임새 있게 펼쳐낸 작품"이라고 들었다.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 또한 "진이 전작 '해피' 때 제시한 팝록 스타일이 이번 앨범에까지 일관되게 뻗고 있다. 처음엔 아티스트로서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이라 여겼는데, '에코'를 들으며 그가 록에 진심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보컬리스트로서도 톤과 기교 양면에서 점점 숙성돼 가는 느낌이 뚜렷하다"라고 짚었다.
'에코'는 또한 진의 스토리텔러 면모도 입증한다. 그는 이 앨범에 담긴 대다수 곡 작사에 참여했다. 경험과 감정, 일상의 단면을 화려함이나 강렬함으로 파고들기보다 공감, 울림, 잔상 같은 단어로 포착한다. 진은 그렇게 자기 성격처럼 조용히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 그는 '나싱 위드아웃 유어 러브(Nothing Without Your Love)'에서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직관적인 고백을, '루저'에는 티격태격 커플의 일상을 귀엽게 풀어냈다. '로프 잇'은 '과감한 포기'라는 주제를 의외로 따뜻하게 품는다. '구름과 떠나는 여행'을 통해서는 자신의 아픔과 고통을 전부 품어준 팬들과의 우정을 동화처럼 그려냈다. 거창한 설정 없이도 그의 시선은 일상 속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평범함의 위대함을 아는 그의 감정선은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는다.
진의 이런 진정성은 통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표된 최신 영국 오피셜 차트 싱글 톱 100에 '돈트 세이 유 러브 미'가 58위로 진입했다. 미니 2집 '에코'는 '오피셜 앨범 차트 톱100'에 63위로 입성했다. 최근 록 장르의 부활 조짐이 반가운 팬들에게 희소식이다.
비틀스, 롤링 스톤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퀸, 딥 퍼플, 오아시스 그리고 방탄소년단과 진과 각별한 콜드플레이 등 다양한 세계적인 록 밴드들의 본고장 영국에서의 반향인 점도 의미가 있다.
'에코'는 또한 스웨덴 록 밴드 '고스트(Ghost)'의 새 앨범 '스켈레타(Skeleta)'가 최근 1위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전 세계 록 밴드의 활약상이 보이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 새 차트에서 톱5 진입이 유력하다. 해당 차트에서 4위를 차지한 '해피'에 이어 2연속 톱5 진입이 점쳐진다. 실제 해당 순위로 진입하면 해당 차트 자체 최고 순위다.
김도헌 평론가는 "진은 평소 아미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고 표현한다. 창작의 어려움, 글로벌 슈퍼스타의 무게감 대신 '슈퍼 참치'의 행복하고 밝은 이미지를 전하는 아이돌의 역할에도 충실하다"고 짚었다. 이어 "진의 유연한 태도가 이번 앨범에도 잘 녹아들어 있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담 없는 작품이 나왔다. 마지막 곡 '오늘의 나에게' 중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거야, 가장 살고 싶은 하루를 살아'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즐거운 울림"이라고 받아들였다.
호남신문 ihon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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